공부 시간은 분명히 늘었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생각해온 것
학생이 자기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보지 않은 채 “더 많이”를 권하면, 답답함만 더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 자리에서 한 학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분명히 늘었는데, 시험지를 받아오면 점수는 거의 비슷해요. 그러면 애가 먼저 무너지더라고요.” 비슷한 장면을 일 년에도 여러 번 보게 됩니다.
학원도 다니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짧지 않고, 본인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잘 따라오지 않습니다. 학부모님도 답답하시고, 학생 본인은 더 답답해합니다.
이럴 때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자”입니다. 저는 이 말이 늘 맞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시간을 적게 쓰고 있는 경우라면 그럴 수 있지만, 이미 충분한 시간을 쓰고 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시간을 더 늘리는 일이 답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의외로 많은 경우에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었고, 어디에서 막혔고, 막혔을 때 어떻게 했는지를 자기 말로 설명해보게 하면, 대부분이 “일단 풀고, 채점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는 식의 답을 합니다. 풀기는 풀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멈췄는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그 안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공부 시간의 양을 가볍게 보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양이 결과를 만들어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시간 안에서 학생이 자기 상태를 들여다보지 않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양만 늘리고 있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시간을 더 들여도 결과가 잘 바뀌지 않는 자리가 옵니다.
이 상태의 학생을 게으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확히 모르는 채,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시간을 채우고 있는 경우에 가깝습니다. 학생 본인도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답함은 더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학생에게 우선 더 많은 양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같은 양을 들이더라도, 그 안에서 자기 막힘을 짚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공부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그 안에서 남는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학생을 게으르다고 단정하기 전에, 그 학생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많은 경우 학생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지 못한 채 시간을 쓰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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