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설명을 들은 학생들이 시험에서는 갈리는 것을, 머리의 차이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같은 수업이 어떤 학생에게는 깊게 들어가고, 어떤 학생에게는 흔적만 남는 일을 자주 봅니다. 저는 그 차이를 머리의 차이로 보지는 않습니다.
한 교실에서 같은 설명을 같은 톤으로 들었던 두 학생이, 다음 주 시험에서는 한 명은 같은 유형을 풀어내고 다른 한 명은 또 같은 자리에서 흔들립니다. 같은 자료, 같은 시간, 같은 설명이었습니다. 결과만 갈립니다.
저는 이 차이를 머리의 차이로 보아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보다는 그 설명을 들은 순간 학생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느낍니다.
설명은 같지만, 그 설명을 받아들이는 자리는 학생마다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자기가 어디서 막히는지를 어렴풋이 알고 그 설명을 듣고, 어떤 학생은 자기 상태를 잘 모르는 채로 듣습니다. 같은 한 줄의 설명이라도, 어디에 그 설명을 끼워 넣어야 하는지를 알고 듣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시간이 지나면 남는 양이 다릅니다.
저는 그래서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에게 “지금 너는 어떻게 풀어보고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보려고 합니다. 어디까지는 갔는지, 어디서부터는 흐려졌는지, 무엇이 의심스러웠는지를 짧게라도 말해보게 합니다. 한 번 자기 상태를 짚고 난 다음에 듣는 설명은, 그렇지 않은 설명과는 결이 달라집니다.
시험에서 다시 흔들리는 이유도 비슷한 자리에 있다고 봅니다. 시험에서는 누가 옆에서 다시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처음 보는 문제 앞에 혼자 앉아, 안에 있는 것을 꺼내서 풀어야 합니다. 이때 자기 상태를 한 번도 직접 들여다본 적이 없는 학생은, 들었던 설명이 어디에 적용되는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들은 양은 적지 않은데, 시험지 위에서는 그 설명이 멀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같은 양의 설명을 더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것보다, 학생이 자기 상태에서 그 설명을 받아들이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친 학생이 결국 시험에서 스스로 다시 풀어낼 수 있게 됩니다.
설명을 잘하는 일과, 그 설명이 학생 안에서 자리 잡게 만드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닐 때가 많다고 느낍니다. 저는 후자가 더 오래 걸리고 더 어려운 쪽이라고 보고, 수업에서 그 자리를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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