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알겠어요"라고 처음 말한 한 학생을 두고
"알겠어요"나 "모르겠어요" 둘 중 하나로만 답하던 학생이, 어느 날 자기 막힘의 지점을 입으로 자를 수 있게 됩니다. 그 시점을 저는 늘 조심스럽게 봅니다.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 학생은 어떤 질문에도 두 가지 답만 했습니다. "알겠어요." 아니면 "모르겠어요." 한 학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그 두 마디였습니다.
문제를 틀려서 같이 다시 보자고 해도 "그냥 모르겠어요"였고, 설명을 마치고 어땠냐고 물어도 "알겠어요"였습니다. 저는 이 학생이 정말 모르는 것도, 정말 아는 것도 아니라고 짐작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잘라야 하는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 답을 자주 묻지 않았습니다. 작은 부분을 자르는 연습을 같이 해봤습니다. 한 문제를 풀고 나면 "어디까지 갔다가 어디서 흐려졌는지" 한 줄로 적어 보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 모르겠어요"라고 적었습니다. 한 달쯤 지나서야 "여기 단어까지는 알겠는데 그다음 부분이 흐려져요"라고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수업 끝에 그 학생이 처음으로 입으로 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이 다음 부분이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한 마디 앞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점수가 바뀐 것도 아니고, 공부 시간이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문장이 입에서 나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한 문장이 나오는 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이 한 마디는 단순히 더 정확한 답이 아닙니다. 학생이 안에서 "안다"와 "모른다"를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게 자를 수 있게 된 학생은, 그 지점부터 공부를 짚습니다. 그 전까지는 보통, 모든 것을 "알 것 같다"는 한 덩어리로 두고 넘어갔던 지점입니다.
이런 변화는 학부모님께도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점수도 비슷하고, 공부하는 모습도 비슷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생이 자기 막힘의 지점을 입으로 말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공부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무엇을 더 봐야 하는지가 학생 자신에게 분명해지고, 그 분명함이 다음 한 걸음을 만들어 줍니다.
이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학생마다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한두 달 만에 자기 막힘의 지점을 짚고, 어떤 학생은 반년이 지나도 "그냥 다 알 것 같아요"의 지점에 머무릅니다. 이 차이는 머리의 차이가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본 경험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학생이 자신의 상태를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만드는 일을 가장 신경 씁니다. 모르겠다고 말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 학생을 다시 떠올립니다. 한 문장이 입에서 나오기까지 몇 달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그 문장이 나오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 학생은 더 이상 두 마디로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점수는 한 학기 더 지난 뒤에 따라왔습니다. 저는 그 순서가 바뀌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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