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을 다시 푸는 일이, 늘 복습이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같은 문제를 다시 풀어 맞히게 되는 것과, 다음 시험에서 같은 자리에 서지 않게 되는 것은 다른 일일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이 오답 노트를 들고 저에게 왔습니다. 빨간 펜으로 풀이가 정성스럽게 정리되어 있고, 다시 풀어 본 흔적도 보였습니다. 시간을 분명히 들였고, 본인도 자기가 복습을 했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시험에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 앞에서 또 흔들렸습니다.
저는 이때 “오답 노트를 더 잘 쓰자”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노트의 형식이 바뀐다고 해서 그 안에서 학생이 무엇을 보았는지가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노트가 아니라, 그 오답을 보았을 때 학생이 안에서 무엇을 짚었는가입니다.
같은 오답을 다시 보더라도, 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생은 “어떻게 푸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데 시간을 쓰고, 어떤 학생은 “내가 왜 그 답을 골랐는지”를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씁니다. 앞쪽 방식은 그 문제 자체는 다시 맞히게 해줍니다. 다만 다음 시험에서 비슷한 함정을 만났을 때는, 같은 자리에서 또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멈추는지를 본인이 분명히 짚지 못한 채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들과 오답을 다룰 때, 정답으로 가는 풀이부터 다시 보여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보다는 학생이 그 문제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단어 앞에서 멈췄고, 어느 선지에서 잠깐 흔들렸으며, 왜 그 답이 그럴듯하게 보였는지를 자기 말로 다시 설명하게 합니다. 이 과정이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냥 풀이를 보고 정리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풀이의 한 자리에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입으로 한 번 말하고 나면, 같은 함정이 다음 시험에서 다시 와도 그 자리가 보이게 됩니다. 보이기 시작해야 다른 결정을 할 수 있고,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점수도 따라옵니다.
오답을 다시 푸는 일이 의미가 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곧 복습이 되었다고 정리하기는 어렵다고 느낍니다. 다시 푸는 일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학생들과 오답을 다룰 때마다 자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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