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읽히는 학생에게, 저는 단어부터 다시 봅니다
내용 이해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단어가 쌓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쌓여 문단과 글이 됩니다. 작은 범위를 확실하게 이해해야 큰 범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문을 다 읽고 나서 "무슨 내용이었어?"라고 물으면 답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분명히 눈으로는 끝까지 읽었는데, 남은 것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에게 "집중해서 다시 읽어 보자"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대신 훨씬 작은 곳으로 내려갑니다. 단어입니다.
내용 이해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단어에 대한 이해가 쌓여서 문장이 이해되고, 문장에 대한 이해가 쌓여서 문단이, 문단이 쌓여서 글 전체가 이해됩니다. 글이 안 읽힌다는 것은 대부분 이 위계의 어딘가가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단어를 분석하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분석이란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 단어의 의미를 직접 써 보는 것입니다. 한 단어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의미를 1에서 100까지 전부 뻗어 보는 경험을 해 보는 것입니다. 스스로 보기에 쓸데없는 의미 같아도 우선 뻗어 봅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실제 지문에서는 맥락이 그중 어느 길을 골라야 하는지 알려 주기 때문에, 선택만 하면 되는 상태가 됩니다.
문장으로 올라가면, 이제 각 단어에 역할과 의미를 지정해 보는 연습을 합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급부를 이행할 의무를 지닌다"라는 문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은 대상이라는 역할을 갖고, 급부는 행동이라는 역할을 가지며 매도인의 의무라는 의미로 구체화됩니다. 한 단어는 보통 한두 개의 역할을 갖고, 의미는 무궁무진합니다. 역할의 종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자주 나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상, 목적, 행동, 이유, 조건, 결과, 관계, 예시, 과정, 방법, 문제점 같은 것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목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지문 속 단어에 직접 역할을 부여해 보고, 다시 읽으며 혹은 선생님의 독해와 비교하며 그 부여가 맞았는지 검증해 보는 연습입니다.
문장이 잡히면 문단을 요약하는 연습으로, 문단이 잡히면 글 전체를 요약하는 연습으로 올라갑니다. 작은 범위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큰 범위를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순서를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어와 문장이 흐릿한 상태에서 하는 문단 요약은, 요약이 아니라 베끼기가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이해해야 이해한 것일까요. 저는 의미의 깊이를 네 단계로 나누어 봅니다. 표면적인 의미를 아는 단계, 내면적인 의미까지 아는 단계, 예시를 들 수 있는 단계,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예시를 들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습니다. 과일에 대해서는 누구나 예시를 들 수 있지만,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어렵습니다. 학생이 어떤 개념 앞에서 예시를 들지 못한다면, 그 개념은 아직 표면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 네 단계는 학생 스스로 자기 이해를 점검하는 기준이 됩니다. "나는 이 문장을 표면까지 읽었나, 예시까지 읽었나"라고 물을 수 있게 되면, 읽었다는 느낌과 이해했다는 사실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거리를 좁히는 가장 실용적인 도구, 어려운 말을 내 말로 바꾸는 방법을 다루겠습니다.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국어를 잘한다는 것을, 네 단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국어 공부가 막막한 이유는 대부분, 지금 무엇을 훈련해야 하는 단계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어 공부를 연구, 실현, 스킬, 운영의 네 단계로 나누어 봅니다.
추천 대상국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과 학부모님께
어려운 말을 내 말로 바꾸는 데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은 갑자기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잘 아는 것으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말바꾸기의 세 단계와, 도식화를 언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추천 대상지문의 어려운 개념 앞에서 매번 멈추는 학생에게